사마천의 사기(史記)와의 인연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. 창업했던 개발사를 접고 새 출발을 고심하던 시기, 서점에 들러 책을 몇 권 샀는데 거기에 사마천의 사기도 끼여 있었다. 얼마 후 ㈜액토즈소프트 입사를 했고, 틈틈이 사기를 읽었는데 읽을수록 그 마력에 빠져들었다.
총 130편에 52만 6천5백 자 분량의 사기는 본기 12편, 세가 30편, 열전 70편, 표 10편, 서 8편으로 구성되었으며, 중국 고대에서부터 춘추시대를 거쳐 한(漢) 무제까지의 2,000년 역사를 다뤘다. 또한 시간순이 아닌 인물 중심으로 역사를 다루는 기전체 양식의 시초로 후대 역사서의 표본이 되었다. 사기를 지은 사마천은 한 무제 때 사람으로 무제의 총애를 받아 사관인 태사령으로 종사하다가 흉노와 싸우다 투항한 이릉 장군을 변호하여 노여움을 샀다. 법에 따라 사형, 금고형, 궁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기를 집필하라는 아버지 사마담의 유지를 받들고자 궁형을 선택했다. 이후 환관 최고 관직인 중서령까지 오른 사마천은 천신만고 끝에 20여년에 걸친 사기 집필의 과업을 달성하고 나서 얼마 후 세상을 등지게 된다.
나에게 사기는 목표를 세우고 이루게 해주는 지표고 사마천은 의지의 화신이다. 언제부터인가 사기를 늘 곁에 두고 지금 하는 일과 비교해가면서 자잘못을 기록했다. 시간이 흐르자 그런 글이 몇 권의 다이어리를 꽉꽉 채우게 되었고, 기록에 남겨둔 판단이 늘 옳은 건 아니지만 적어도 성찰의 기회를 부여했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하는 경각심을 키워주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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